『오후 네 시』-Amelie Nothomb-‘‘인간은 스스로가 어떤 인간인지 알지 못한다.’’ 소설 『오후 네 시』의 저자 아멜리 노통브는 ‘인간은 스스로가 어떤 인간인지 알지 못한다.’라는 표현으로 작품을 시작한다. 이어서 그녀는 자기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다행이라고도 말한다. 인간이 자기 모습을 알게 된다면 오히려 혐오감에 휩싸일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신의 의견을 주인공 ‘에밀’의 이야기를 통해 전달한다. 에밀은 수십 년을 학생에게 존경받는 교수 그리고 예의 바른 사람으로 살아왔다. 그는 은퇴 후 아내와 시골로 이사해 평화로운 삶을 추구하려 했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이웃인 ‘팔라메르’에 의해 무참히 깨진다. 팔라메르는 매일 에밀의 집을 자발적으로 방문했지만, 결코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 게다가 예의상 하는 에밀의 질문에 오로지 단답형으로만 대답했다. 시간이 지나며 이 무례한 이웃은 에밀의 호의를 권리로 여기게 됐고, 집주인은 이웃의 방문을 고문 같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주인공은 팔라메르와의 만남을 통해 차츰 자기가 어떤 인간인지 알게 된다. 에밀은 이웃의 무례함에 대처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통해, 숨기고 있던 자기의 유약하고 비겁한 면을 본다. 또한, 그는 팔라메르의 방문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손해를 끼치고 그들이 자기에게서 멀어지게 함을 깨닫고, 이웃을 향한 분노를 직시한다. 그리하여 무뢰한을 향한 분노와 숨겨왔던 비열한 욕망은 결국 극단적인 폭력으로 표출됐다. 에밀은 결국 자기를 제대로 알게 됐지만, 그 대가로 자기를 혐오하고 부정하게 됐다. 작가는 이러한 결말을 통해 자아를 파악하는 일에 대해 기존의 틀을 깨는 신선한 메시지를 던진다. 그리고 독자에게 ‘진짜 당신은 누구이고 그 이야기는 어떻게 끝이 날지’ 질문한다. 이 점만으로도 소설 『오후 네 시』를 읽을만한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제 글을 읽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이야기는 은퇴한 노부부가 꿈에 그리던 자신들만의 집을 갖게 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제 그들은 호젓한 시골, 아담한 집에서 혼잡한 세상을 잊고 행복한 꿈에 잠기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주위에 단 하나뿐인 이웃이 찾아온다. 그들은 그가 의사 출신이라는 사실에 고마워하며 그를 반갑게 맞이한다. 그러나 그 이웃은 매일 같은 시각에 찾아와 두 시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다. 반가운 이웃은 조금씩 귀찮은 불청객이 되고 점점 그들의 삶 깊숙이 들어와 자신들만의 집에서 누리던 평화와 안식을 깨뜨리는 존재가 되며 급기야는 공포의 대상이 된다. 어느 날 그를 향해 다시는 방문하지 말아 달라는 경고를 하기에 이르는데...
사회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이제 인생의 뒤안길에 서지만, 이웃집 남자의 출현으로 그의 내면에 존재하던 확신들이 모두 흔들리게 된다. 인생 자체에 대해, 인간 자체에 대한 본연적인 질문을 하게 되고 자신이 지켜왔던 다른 사람에 대한 예절이 얼마나 덧없는 환상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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